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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박연준
- 출판
- 마음산책
- 출판일
- 2023.04.20
1. 지은이 소개
박연준
파주에 살며 시와 산문을 쓴다. 시, 사랑, 발레, 건강한 '여자 어른'이 되는 일에 관심이 많다. 2019년 5월 [아무튼, 비건]을 읽은 후 비건을 지향하는 인간이 되었다. 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한다. 사랑하면 믿는다. 분방하고 충동적이지만 (이상하게도) 수련과 수양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무지몽매해서 늘 실연에 실패한다. 무언가를 사랑해서 까맣게 타는 것이 좋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 「얼음을 주세요」 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티카」, 「밤, 비, 뱀」과 산문집 「소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내 아침인사 대신 읽어보오」,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동화 「정말인데 모른대요」를 펴냈다. <출처 : 예스 24>
2. 책 속 밑줄
<어른의 공부법>
p. 94 거울에 비친 나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생물학적 늙음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늙는 게 몸만은 아니니까. 의식이 늙는 건 얼굴이나 몸이 늙는 것보다 사람을 더 무참하게 만든다. 의식이 늙은 사람은 '먼지 쌓인 책장'이 될 준비를 마친 사람이다. 아무도 꺼내보지 않는 책으로 가득 찬 책장. 우두커니 서서 먼지의 집이 되려는 사람.
p.95 불안은 달라지고 싶다는 열망이 담긴 씨앗이다.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캄캄한 씨앗. 불안은 내게 요구한다. 행동하길, 건조한 표피를 뚫고 돋아나길, 푸르러지길, 자라길, 타오르길, 사방으로 흩어지고 다시 하나로 모여 다른 나로 변하길. 성장은 이 캄캄한 씨앗(불안!)이 내면에서 싹튼 결과일 거라 믿으며, 나는 허기를 느낀다.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의무감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연스레 내게 스며드는 공부를 원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채워야 꺼진 배가 부를 수 있을까. 불안은 어른을 공부하게 한다.
어른은 책상에서만 공부하지 않는다. 누워서도 공부하고 울면서도 공부한다. 아이를 혼내면서도 공부하고 장을 보면서도 공부한다. 결혼하거나 이혼하면서도 공부하고, 놀거나 일하면서도 공부한다. 어른의 공부는 시작도 끝도 없다. 진도가 쉬이 나가지 않으며 정답이 없다. 아이 때 쉬웠던 일도 어른이 되어서는 쉽지 않다. 뻔뻔하지 않은 어른, 수줍음을 잃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p.98 나는 삼십 대 때 여러 권의 책을 썼는데, 이십 대 때 내가 한 공부 덕에 쓸 수 있었다고 믿는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미친 듯이 읽고 보고 살고 부딪치고 깨지고 깨달은 뒤, 그다음 '쓰고 싶은 마음'이 씨앗처럼 생겨났다. 깨달음이라 해도 대단한 성찰은 아니다. 무언가를 볼 수 있는 '눈의 힘'과 쓸 수 있는 '손의 힘'이 생긴 것뿐이다. 이십 대의 공부가 삼십 대의 시간을 만들었다면, 사십 대에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오십 대의 삶의 무늬가 결정될 것이다(무섭다!). 투명해지고 싶은 나와 진해지고 싶은 나. 이 사이에서 종종 싸운다. 둘 다 나다. 되고 싶은 나와 되기 쉬운 나 사이에서 균형 잡기. 요새 내가 열중하는 공부다. 어려운 건 언제나 되고 싶은 나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 질문이 계속 공부하게 한다.
<밤의 가장자리를 걷는 사람>
p.109 밤의 하인은 무언가가 되려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언가 (세상이 정해둔 직업 중 하나를 골라) 되고 싶어 하지 (세상이 딱히 정해둔 적 없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으므로 그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밤의 하인"이 된다. 태양도 주인도 없는 삶, 양지가 아닌 음지의 자리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허리를 굽힌 채 지구의 끝에서 끝까지 손으로 바닥을 쓸며 달리는 일뿐이다. 냇물에 지문이 풀어져 지도가 생길 때까지, 바다가 푸른 가루가 될 때까지 내 상상 속에서 그는 달린다. 미련함과 성실함은 그의 왕관이다. 우직하게 나아간다. 의심하지 않고 시곗바늘처럼 손끝으로 바닥을 쓸며 달리는 사람이다. 그는 물에 새겨진 투명한 지도처럼 쉽게 지워지는 시를 쓰고, 소수의 독자라도 읽어주길 소망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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